[공상과학 단편소설]
현재 시간 2045년 12월 20일.
내가 있는 곳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다. 현재 서울의 날씨는 매우 흐리다. 내게 있어서 지금 서울의 날씨는 낯설다. 나는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다시 태어났다. 내가 잠들었던 시간은 2012년 8월 5일. 그 때 당시는 매우 더웠다. 내 이름은 코드 B-16. 나에게는 이름조차 없었다. 사실 내가 깨어나야 할 해는 2050년. 내가 있던 대학병원에 연구원에 실수로 나는 지금 2045년 즉, 5년 일찍 깨어났다.
현재 한국의 모습은 내가 잠들 때와 매우 다르다. 한국은 거대한 막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이 거대한 막은 우주에서 떨어지는 유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언제부턴가 한국은 크고 작은 유성들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 거대한 막이 내가 깨어났을 때 처음 본 모습 중에 하나이다.
오로라 같은 보호막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낯선 여자가 내게 다가왔다.
그 여자는 무표정을 하며 내게 말을 건넸다.
“저기요.”
나는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네?”
여자는 말했다.
“당신 지금 이곳이 낯설죠?”
그녀는 내 눈만 보고도 나의 상황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당신이 내 상황을 어떻게 알고 있죠?”
내가 다시 되물었다. 그녀는 답했다.
“캡슐에 잠들었던 사람이 깨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멍 때리면서 하늘에 있는 보호막을 보는 것이죠. 당신도 제가 먼저 말을 건네기 전까지 하늘을 계속 보고 있었잖아요.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하늘을 거의 안 보죠. 저 하늘은 우리 한반도를 보호해주는 보호막이기도 하지만 보호막을 조종하는 연구원들은 동시에 날씨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하늘을 믿지 않죠. 저 하늘은 인공적인 하늘이니까……․”
나는 이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 내가 잠들 기 전까지 적어도 2012년까지의 하늘은 예측 불가능했던 정말 자연적인 하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상청은 일기예보를 한다고 하지만 그 예보가 100% 적중한 경우는 없었다. 자연의 힘이었던 하늘이……. 그 하늘이 이제는 인간이 날씨를 직접 바꿀 수 있는 그런 인공적인 하늘이 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그 여자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요즘 하늘은 항상 흐려요. 요 몇 년간 맑은 날씨를 본 적이 매우 드물어요. 분명 날씨를 조종할 수 있음에도 거의 흐린 날씨로 유지하고 있죠. 전 이러한 불편한 사실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기자입니다. 통성명이 늦었군요! 제 이름은 블루코드넘버21입니다.”
나는 그녀의 이름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물었다.
“이곳에서 이름은 번호로 지정합니까?”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역시 타임캡슐에서 잠든 인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번호로 이름을 지정했어요. 그리고 그 번호가 자연스레 이름이 되었죠.”
사실 2012년이 시작된 1월부터 자연스레 이슈가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12년 지구멸망설이다. 여러 가지 가설들이 많이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임캡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국내 과학 연구자가 인간도 타임캡슐로 저장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개발했고 상용화에도 성공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2012년 12월 말이 되면 지구가 멸망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 돈 많은 상류층은 자신을 타입캡슐로 저장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내 부모님은 잘나가는 대기업 사장이었다. 부모님 밑에서 풍족하게 살고 있는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제일 힘든 시기인 수험생시기에 수험생들에게 지구 멸망설은 단연코 주요 화젯거리였다. 우리 부모님은 다른 부모님들과 달리 이런 가설을 사실로 믿는 경향이 매우 강하셨다. 부모님에 완강한 생각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나는 2050년에 다시 깨어나기 위해 캡슐에 저장되었다. 2050년에는 별 의미가 없었다. 이미 멸망되는 거 캡슐도 없어지겠지 하고 아무 숫자나 말해서 다시 태어나겠다는 년도를 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2045년에도 지구는 멀쩡히 살아있다. 왜 멸망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그녀와 함께 근처 작은 커피숍을 갔다. 커피숍 역시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이곳에 점원은 로봇이다. 로봇이 직접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커피를 주문하러 주문하는 곳에 가서 나는 로봇을 쳐다봤다. 로봇은 먼저 내게 물었다.
“어떤 것을 주문하실 건가요?”
나는 로봇에게
“아메리카노 2잔 주세요.”
내가 로봇과 대화를 나누게 되다니……. 사실 내가 살던 해에도 많은 로봇들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 당시 로봇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몇 가지 정해진 일만 하거나 간단한 대화만 할 수 있을 뿐 지금처럼 인간과 함께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는 없었다. 하지만 카페에 있는 이 로봇은 우리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이다. 인간과 자연스레 대화를 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가지 커피를 만든다. 영화 속에 있던 일들이 지금 내게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커피를 들고 그녀가 앉아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캡슐로 저장하려고 했습니까?”
그녀는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글쎄요……. 사실 전 제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에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강제로 당한 것이라고 말할 수 도 있겠네요. 제가 캡슐로 저장되기 전, 저는 외국유명대학의 과학연구원으로 발탁되어 유럽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지구멸망설이 심각하게 떠돌았고, 마침 한 과학자가 타임캡슐을 만들었다고 유명 과학지에 실렸었죠. 그 과학자는 상용화를 위해 임상실험을 준비하고 있었죠. 당시 일반인 뿐 만 아니라 과학 분야에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임상실험대상자로 필요하다고 과학자가 말했죠. 모두들 임상실험대상이 되길 꺼려했죠. 그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임상실험은 해야 하기 때문에 위쪽에서 저희 대학 연구원 중 한명을 실험대상자로 하자고 결론이 난 상태였죠. 자기 나라 국민을 대상자로 삼지 않으려고 하고 마침 신입으로 들어오고 나약한 아시아계통 여자인 저를 모두들 대상자로 정하려고 노력했죠. 그 모습이 제 눈에도 보였어요. 결국 전 제가 하겠다고 했죠. 그 사람들이 저를 강제로 시키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제가 하겠다고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거의 반강제로 지원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지금 깨어난 순간부터는 기자로 활동하고 있죠.”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나는 더욱더 그녀에 대해 궁금했다.
“아까 처음에 흐린 날씨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녀는 재빨리 다시 답했다.
“아, 네. 지금은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이 보호막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요. 이 보호막은 우리나라를 보호해 줄 뿐 아니라 날씨를 인공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이 있죠. 몇 년 전까지는 거의 자연적인 날씨주기로 날씨가 이루어졌는데, 요 근래부터 날씨가 계속 흐리기만 하고 있어요. 분명 이런 징후에 대해서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흐린 날씨 뒤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고 때문에 기자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그녀는 그 후로 흐린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내게 해줬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흐린 날씨가 계속 지속되는 이유는 바로 타임캡슐 때문이라고 한다. 몇년 전부터 타임캡슐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타임캡슐이 급증하기 전 우리나라는 지나친 고령화문제로 인해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에 타임캡슐에서 깨어난 사람이 급증하자 고령화와 동시에 지나친 인구증가 문제까지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차원에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날씨를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정부고위관계자 한명에게 들은 얘기라고 한다. 흐린 날씨가 지속되면 인간은 자연스레 햇빛을 오랫동안 보지 못함으로 우울증이 증가된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정부는 날씨를 계속 흐린 날씨로 유지해왔다. 그 결과 인구의 절반이 우울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우울증 증상 중 가장 심한 증상인 자살이라는 결과까지 초래해왔다. 때문에 자살로 인한 인구감소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오히려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고 한다. 좀 더 이러한 사실을 더욱 조사하고자 그녀는 기자활동을 한다고 한다.
그녀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정말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금의 한국 더 나아가 지구는 더 이상 자연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없었던 자연과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이제는 인간이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없었는데 2050년 지금에 와서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날이 온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 무서워졌다. 인간의 정은 볼 수 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름조차 그저 상품명과 같은 코드명이고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싶지 않으면 타임캡슐로 사람을 저장해서 자기가 원하는 날에 깨어날 수 있도록 한다. 이게 정말 우리가 원했던 삶일까? 내가 잠들기 전까지 나는 항상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현실이 언제 다가올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 영화 속 현실이 내가 깨어있는 2050년에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런 험난한 세상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나에 좌절을 겪었다. 오히려 지구 멸망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바람도 내 마음 속 한구석에 생겼다. 이런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나는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