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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비평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나환자들의 섬 소록도에는 조백헌 대령이 새로 병원장으로 부임해 온다. 부임해 온 첫 날부터 원생들이 탈출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조 원장은 섬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조 원장은 또한 병원의 보건과장을 통해 전에 있던 일본인인 주정수 원장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주정수 원장은 버림받은 나인들이 사는 소록도를 낙원으로 만들겠다고 했었다. 처음에는 원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으나 차츰 낙토건설 배후에는 주정수의 동상 만들기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을 원생들은 알게 되었다. 고통과 배반을 느낀 원생들은 결국 주정수를 살해한다. 낙토 건설을 표면적으로 생각하면 원장이 원생을 위한 사업이었으며 치자의 피치자에 대한 사랑의 베풂으로 보여 질 수 있다. 하지만 낙토 건설의 속뜻은 원장의 명성을 위한 동상 만들기에 대한 뜻이었으며 자신의 명성을 위해 원생들을 억압하고 강요했던 것이다. 이런 사건이 있었기에 보건과장 이상욱은 조원장이 그 주정수의 동상을 되풀이 할 인물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러나 조원장은 섬사람들에게 지난 날의 악몽을 씻고 이젠 내일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원생들은 조원장에게서 목숨까지 건 맹세를 받아내고서야 비로소 바다를 매립해 원생들의 농토를 만들자는 원장의 간척사업계획에 동참하기 시작한다. 인간과 자연의 싸움,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몇 년에 걸쳐 힘겹게 살고 있다. 간척사업 동안 원생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했으나, 자연현상으로 인해 쉽사리 간척사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도 당국에서 파겨난 작업조사반이 섬에 들어온다. 간척지를 당국에서 인사하기 위함이였다. 분노한 조원장은 이를 막기위해 노력하나 결국 다른 병원으로의 전임발령을 받고 만다. 어떻게 해서든 간척사업을 완성시켜놓고 떠나고 싶었던 조원장은 이러한 사실을 원생들에게 이야기하고 빨리 사업이 진척되기를 독려한다. 한결같은 조원장의 헌신적인 모습에 원생들은 조원장의 전임발령을 취소하라는 청원 서명 운동을 벌이기에 이른다.

보건과장 이상욱은 조원장이 그 '주정수의 동상'을 되풀이 할 인물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조원장은 섬사람들에게 지난날의 악몽을 씻고 이젠 내일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원장은 그 간척사업의 결말을 보지 못하고 섬을 떠나지만, 5년뒤 민간인의 신분으로 다시 섬으로 돌아와 음성병력자와 건강인 처녀의 결혼식에 주례를 맡는 등 섬사람들과 공동의 운명을 같이 하는 삶을 살며 믿음과 사랑이 바탕된 진정한 천국의 건설을 꿈꾼다.

 나는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생각도 해봤다. 이야기에서는 조원장이 나환자들을 위해 간척사업계획을 펼쳐서 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만드려고 한다. 이 간척사업이 과학적으로 좀 더 발전된다면 나환자들에게는 더욱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간척사업을 하나의 도시로 상상해봤다. 지금 이 사회의 시점에서 보면 나환자들도 발전된 통신기기나 과학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권리가 있다. 어쩌면 전문적인 의학병원을 짓고 꾸준히 나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나환자들의 병도 고쳐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상상의 도시를 나환자들이 살고 있는 소록도에도 존재하게 된다면 더 이상 소록도는 절망의 섬이 아닌 최첨단 기술로 이루어진 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